한국에 유달리 텃세가 강한 이유
군대에서의 갈굼이나 직장에서 상사의 괴롭힘, 엄격한 위계질서 모두 근본적으로는 일종의 텃세 문화라 할 수 있다. 텃세는 쉽게 말해 한 곳에 자리잡은 기득권층의 자신의 권세를 이용해 아랫사람이나 타지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뜻한다.
한국은 유달리 텃세가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 내에서 어느 지방엘 가건, 혹은 어느 단체에 소속되거나 어느 회사에 들어가거나 어느 조직에 들어가건 거의 예외없이 강력한 텃세와 맞딱뜨리게 된다.
군대에서는 엄격한 서열과 얼차려 문화가 있으며(많이 사라지긴 했다) 회사에 들어가도 부하에게 험한 말을 하는 상사가 반드시 있다. 인적없는 한적한 곳에 호젓한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삶을 꿈꾸며 지방으로 내려가도 텃세에 시달리다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조차 있다.
어촌에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해도 '어촌계'라는 돈을 내야 하며 농촌에 내려가도 마을 회관에 기부채납 형식의 돈을 낼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받는다.
이러한 텃세문화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한국은 섬나라이기 때문에(지형적으로는 반도국가이지만 사실상 섬나라다)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고 그래서 사실상 갇혀 있는 곳이다.(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속국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따라서 외부 문물과의 교류가 적고 외부로 나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의 힘이 쎄다. 한국에서의 삶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좁은 한반도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바다 건너에는 일본이고 위로는 러시아, 옆에는 중국이 있어 도무지 빠져나가서 다른 데로 도망칠 수가 없다. 우리 조상들이 엄청나게 강성하고 똑똑했더라면 영국인들이 미국을 식민지 삼았듯 저 밑에 위치한 호주 대륙을 차지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즉, 오랜 세월 한곳에 정착해살다보니 자연히 정주해서 삶을 살아가는 정적인 인간들이 많아졌다.
두번째로 (위와는 반대되는 뜻인데) 한국은 지리적으로 축복받은 땅이기도 하다. 삼면이 바다이고 좁은 국토안에 평야와 산림, 강, 바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사계절이 뚜렷하다. (물론 여름과 겨울이 너무 춥거나 더운 게 흠이긴 하다)
자동차를 타고 세 시간이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도 있으며 서해안은 만 형태로 돼 있어 조석간만의 차까지 있으며 섬도 있는등 한마디로 전 세계 지구의 다양한 지형과 지리, 기후를 한 곳에 응축해 놓은 느낌의 국가이다. 사막처럼 쓸모없는 땅이 전혀 없는 축복받은 땅이라는 소리다.(물론 석유 같은 지하자원은 없으니 아쉬운 건 있다. 다만 석유 이외의 다른 자원들이 풍부한 것도 사실이다. 수산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광물 자원 역시 풍부하다. 무엇보다도 인적자원 역시 풍부하다.)
이렇게 축복받은 땅에 사는 사람들이다 보니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국가 안에 머무르고 싶어하고 한반도 내에 머물고 싶어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으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텃세 문화가 형성됐다.
(반면 유럽의 경우 한국만큼 축복받은 땅은 아니라서 이민자들이 미국과 호주 등지로 건너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유럽이 살기 나쁜 땅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유럽 역시 매우 살기 좋은 지역으로 역사상 유럽 지역 내에서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형적으로 한 곳에 정주해서 살기에는 답답한 측면이 있는 거대 대륙이다. 자연히 해양 루트를 통한 탐사 활동이 제일 먼저 활발히 시작됐다.)
결국 한국 사회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텃세가 심하다는 것이며 (군대 내의 갈굼이나 여자들 사회에 존재하는 '태움'문화, 어디서건 거의 예외없이 선후배와 나이, 기수를 따지는 문화 등등 모두 텃세에서 근거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