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대식가
고독한 미식가라는 만화가 히트를 쳤고 그걸 드라마로 만든 것도 히트를 친 걸로 알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고독한 미식가는 아니고 고독한 대식가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닐 정도로 맛집에 진심인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맛에 대해 욕심도 없고 맛에서 큰 쾌락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배만 채우면 만족하는 성격이라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잘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즉, 좋은 말로 하면 민감하지 않고(무던하고) 나쁜 말로 하면 미각이 무딘 편이다.
오늘 읽은 책 중에는 어떤 심리학 책에 써있던 구절인데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이 남에게 잘 속기도 쉽고 사내 정치의 희생양이 되거나 권모술수에 능하지 못해 승진 가능성도 낮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지나치게 순수한 탓일까, 힘들여 승진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즉, 감정지수(eq)가 높으면 인간미 있고 공감도 잘 하는 선한 사람일것 같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타인의 거짓말을 잘 분간해내지 못하고 사내 경쟁세력으로부터의 음해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고 한다. 내가 직장생활하면서 종종 보던 '사람 좋지만 조직에서는 인정 못 받고 겉돌던 유형'의 사람들이 이런 부류에 속하는 것 같다.(어쩌면 직장생활하던 당시의 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조직 내에서 자신이 더 이상 핵심적인 위치에 있지 않고 아웃사이더라고 느껴진다면, 꽤 오래 겉돌고 있고 비전없는 일만 하고 있으며 더 이상 올라가기는 글렀다고 생각된다면. . .그런 조직생활은 하루빨리 그만 두는 게 본인을 위해서건 조직을 위해서건 이로운 것 같다. 조직생활은 결혼과 비슷한 것으로서 서로 피곤하게 기대할 것도 없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미움과 반목만 쌓여가느니 말이다. 큰 조직일수록 이렇게 아웃사이더 같은 인간들은 흔하게 발견된다.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은 결국 기질 특성이지 유무능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일임을 알수 있다. 즉, 그냥 죽기살기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유유자적하길 좋아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나같은 사람은 유무능함의 문제를 떠나 그냥 조직 내에서 크게 한 자리 차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반대로 그냥 독기가 올라서 악착같이 여기저기 모든 조직 내 소문에 민감하거 귀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아등바등 살며 조직과 결혼한듯 사는 사람은 대체로 빨리 승진하는 편이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사실상 전부라고 할 수 있으니...)
즉, 성공은 성공에 대한 갈급함에서 나오고 이는 끈질김으로 이어져 사회적 지위 상승에 이르는 것이다. 명문대 출신들이 대체로 사회적 성공을 이뤄낼 확률이 높은 것도 이러한 성공에 대한 욕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지 개개인의 지적 능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게 다년간의 사람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얻어낸 내 결론이다. 즉, 명문대출신이나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은 욕망이 탁월한 사람들이지 개개인의 명석함이나 분별력, 혹은 지적 능력은 약간 다른 차원의 문제 같다.
누가 또 아는가? 살던 환경이나 주어진 업무를 바꿔주면 또 신나게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