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꿈

2022. 4. 28. 08:23일일단상/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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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방진영 대 러시아의 대리전 구도로 흘러가면서 3차대전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군대에 들어간 꿈을 꿨다. (근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패드가 산지 3개월도 안 되어서 패드부분이 찢어져서 속에 든 내용물이 흘러나온다...다이소 제품들은 싼 대신에 품질이 정말 형편없다. 교환을 요청할 생각이다.)

 

아무튼 어제 꿈속에 내가 있었던 장소는 정확히는 군대가 아니라 아주 오래되고 축축한 고층빌딩이었는데 각 층마다 아주 깊은 풀장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내 임무는 풀장 바닥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일부 층들은 관리나 청소가 거의 안 되고 축축하여 바닥에는 온갖 기생충이나 수중벌레같은 것들이 기어다니는 정말 끔찍한 곳이었다.) 나는 좀 어리숙해보이는 동료와 같은 팀이 되었는데 동료는 목숨걸고 풀장 바닥까지 내려갈 만큼 열심이었으나 나는 왠지 모를 위험함을 느껴서 하는 척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료가 물에 빠져서 거의 죽다살아났는데(산소부족으로 반병신이 되었음) 문제는 군 수뇌부에서 3억정도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대충 합의하고 넘어가려고 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수뇌부에 내가 고등학교 재학 중 얼핏 알던 평판이 별로 안 좋았던 (우람한 체격의) 체육선생까지 등장했다. 그가 갑자기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사람이 거의 죽다살아났는데 겨우 3억으로 합의하려 하냐'면서 분노하여 군수뇌부가 모인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다가 꿈이 깼다. 

 

아무튼 사회에 나가보면 알겠으나 이 사회는 곳곳에 사기와 기만이 넘치는 곳이다. 말단사원은 말단사원대로 여기저기 사기치고 다니고 높은 분들은 높은 분들 대로 여기저기 사기치고 다닌다. (여기서 '사기'라고 하는 것은 불법적인 일이나 걸리면 감옥가는 그런 류의 사기가 아니라 '작은 거짓말'을 아주 많이 한다는 뜻이다.) 못 배운 인간은 못 배운 대로 사기치고 다니고 많이 배운 인간은 그 많이 배운 대로 사기치고 다닌다. 사람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런 게 있지만 한국은 유독 심하다고 생각된다. (독일과 한국회사 모두 근무해본 경험에서 나온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좀 순진하고 어리숙해보이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잘 못 나가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들키지 않게 사기치는 기술을 모르니(?) 회사에서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의 순수한 실적이 1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숫자를 2,3으로 부풀려내고야 마는 기술이 없다. (여기서 '실적을 부풀린다'는 뜻은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실적을 좋게 만들거나 남들보다 성과를 빨리, 초과해서 달성한다는 뜻이다. 즉, 회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은 대개 윗사람이 보기에 자신의 성과를 좋게 치장하는 기술의 달인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게 현실이기에 대개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데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내가 본 바로는 아무튼 각종 꼼수들이 난무한다. 일부 꼼수는 가벼운 넛지(nudge)정도에 불과하고 일부는 아예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 내부의 특수한 사정이나 시스템상 헛점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동료들과 정상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꼼수를 사용하여 실적이 돋보이도록 포장해내는 사기술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사기술을 동원하는 게 서툰 순진한 부류의 사람들은 회사에 머물러봤자 손해이니 빨리 나와서 자영업을 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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