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1. 19:29ㆍ일일단상/etc
인생을 살다보면, 특히 취업시장에서 가고싶은 기업들의 괜찮은 포지션에서 둘 (혹은 심지어 셋) 이상의 회사에서 거의 동시에 오퍼를 받아서 그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특별히 나아보이지 않거나 미래에 어떻게 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을 때 둘 사이를 갈팡질팡 저울질하며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갈등 상황을 나는 최근에 구직활동 중 한번 겪은 적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멍청한 선택을 했다. 돌이켜보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나 업계에서의 평판 등 기본적인 사항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단순히 사무실 분위기 혹은 면접관의 나를 대하는 태도 같은 별 시덥지도 않은 요소들이나 따지다가 벌어진 실수였다. (면접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채용된 이후에는 내가 조직에서 뭔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우대받고 중요한 업무를 맡으며 활약하게 될 줄 알았는데 왠걸....적당히 이용당하다가 때가 되니 그냥 팽당했다는 느낌이다. 사실상 모든 회사가 다 이렇게 돌아가기는 하니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어쨌든 내가 처음부터 회사에 걸었던 비합리적인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긴 하다. 이렇게 오판한 결정적인 이유는 면접관이었던 회사 대표가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했기(?)때문이다. 절대 기억해야 할 점은 면접시에 회사 대표나 면접관이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회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더라도 채용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만 분명히 기억하자. 어차피 회사는 철저히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생물에 불과하므로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니가 성격이 좋건 나쁘건, 똑똑하건 어리석건, 도덕적이건 그렇지않건 간에 그냥 내팽개쳐지는 것이다. 면접때 달콤한 칭찬으로 지원자를 잘 구슬리는 것은 회사로 데려와 부려먹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가식적인 행동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구직 활동 중에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내 경험상 조언을 말씀드리자면 면접시에 회사측에서 나를 강하게 원하는 것처럼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좋아할 게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잘못 지원한게 아닐까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여기서 '호의적인 태도'라 함은 인사결정권자가 면접시 즉석에서 채용을 결정한다던가, 당장 다음주부터라도 출근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지원자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태도를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이런 제안을 아무 고민없이 덥썩 집어물면 십중팔구 지원자가 손해보는 선택을 하는 셈이 된다. 즉, 면접자가 내게 지나치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내가 밑지는 게임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저 다급하기 때문에 달려드는 것일 뿐이며 그렇게 급한 상황에 처해있는 회사는 십중팔구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한 상황이라 근무환경이나 보수 역시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근무하기 좋고 보수도 만족스러운 신의 직장일수록 지원자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인재 선발시에도 까다롭게 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쉽게 채용결정이 이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그런 회사는 일단 입사를 미루거나 좀더 간보는 게 좋을 수 있다. 어느 회사건 일단 입사하고 난 뒤에는 다른 회사에서 좋은 제안이 와도 덥석 휴가를 내고 면접을 보러간다거나 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접 본 회사에서 최종합격 통보가 오더라도 출근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최대한 늦춰야 한다.
연애에서 한번 차버린 인간은 내게 다시 안 오는 것처럼 취직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거절의사를 표시했던 기업에 다시 취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인생의 묘미이기도 하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번 지나쳐버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구직활동을 할 때에는 여러가지 따질 것 다 따져가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 기해야한다.(물론 장고끝에 악수를 둔다는 격언도 있기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깊이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다. 너무 많은 변수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어느 것이 진짜 중요한 변수인지 스스로도 헷갈려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십상이므로 신중함도 정도껏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회사가 면접 당시 내게 지나치게 호의적이라면 오히려 별로 안 좋은 신호이다.(즉, 연예로 비유하자면 나보다 상대방이 더 급한 상황이다.) 제안을 수락하기 전 그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약력은 어떠하며 업계 평판은 어떠한지 등 그 회사에 대해서는 할수 있는 최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취업은 결국 연애상대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저자세라면 저자세인 쪽이 오히려 상대방을 더 갈망하는 불리한 처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내 마음이 급하더라도 일단 면접 시에는 저자세로 나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거만하게 굴라는 뜻이 결코 아니라 상대방에게 너무 쉬운 상대처럼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너무 저자세로 나간다면 상대방 회사측은 '어라? 혹시 드러나지 않은, 혹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중대한 결함이 있는 지원자 아닐까?' 하면서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하고 꼬투리를 잡고 경력기술서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은 빈틈이나 의심가기 시작하는 부분들을 집중해서 물어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내 약점이 파악된 것을 느낀 지원자는 변명하거나 둘러대기에 급급한 상황이 되며 불리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면접 상황이 이정도로 돌변하기 시작하면 그 면접은 이미 게임끝났다고 볼 수 있다. 면접은 마치 데이트 상대와 선을 보는 것과 같다.
상대방에게 너무 쉬운 상대로 인식이 된다면 모처럼 잡은 소중한 면접 기회가 물건너갈 수도 있다. 면접만 넘으면 사실상 출근 확정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일단 운좋게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 일정이 잡히면 몇 시간을 들여서라도 면접에 대해 사전연습을 하고 해당 회사에 대해 조사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또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실제 면접에 임할 때는 손쉬운 먹잇감처럼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강약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쉬운 상대로 보이지 않도록 가급적 말수는 적게하며(말이 많으면 누구든 가벼워 보인다.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은 법이며 필요 이상의 말을 하는 지원자에 대해서 면접관은 절대 활달하다거나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좋게 보지 않는다.)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하기도 하면서 적당히 튕겨야 상대방 면접관이 호기심을 갖고 좀더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어차피 채용후 상대방의 진면목을 파악하게 되어 서로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후회하게 되더라도 더 후회하는 쪽은 나를 고용한 회사가 되어야지, 내가 더 후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된다. 한때는 서로 좋아서 합의하에 결합하게 되더라도 나중에는 어느 일방이 후회하거나 서로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상황이 오게 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보다 내가 훨씬 더 후회막급하게 느낀다면 결국 취업시장에서 내가 더 손해보는 게임을 한 것이다.)
자신이 스펙은 어느정도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계속 고배를 마신다면 차라리 돈을 좀 쓰더라도 전문적인 면접학원에 등록해볼 일이다. 면접학원에서는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이 보는 내 모습과 내가 인식하는 내 모습은 대단히 다른 경우가 많다. 면접학원에서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내 말실수나 말버릇, 혹은 단점들이 눈에 보이게 될 것이다. 사람의 눈이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내게 미인으로 보이는 여성은 다른 사람 눈에도 미인으로 보이는 것이며, 내게 유능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보이는 법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살벌한 곳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머리를 잘 써야 하며 단순히 정직하기만 해서는 손해만 볼 뿐이다. 근면성실하고 착실하고 도덕적이고 학벌까지 좋으면서도 유독 사회에서는 맥못추는 사람은 이러한 스킬(혹은 지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접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심리과정들을 이해한다면 왜 유독 한 회사의 면접에서 성공하기 시작하면 왜 다른 회사의 면접도 신기하게 줄줄이 통과되어 지원자로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일단 한 회사에서 면접을 통과하여 취직이 확정되면 지원자로서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고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되므로 그러한 마음의 여유가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볼 때도 은연중에 드러나서 면접관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또 다른 면접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한번 면접이 통과되기 시작하면 다른 회사의 면접도 수월하게 줄줄이 통과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아직 면접의 기회를 얻지 못했거나 금전적으로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 놓여서 심리적 여유가 없는 지원자의 경우 그러한 선택지가 없는 불안감 내지 절박함이 다른 회사와의 면접 시에도 면접관에 알게모르게 전해져 심리적으로 다소 위축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러한 심리적인 영향으로 매력도가 낮아져 은연중 면접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결론적으로는 면접시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늘 자신을 갈고 닦으며 커리어 관리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계기업이나 왠만한 대기업/공기업의 경우는 전 직장에서의 레퍼런스 체크를 거의 반드시 하므로 현재 직장에서는 (혹시라도 나중에 이직시에 레퍼런스체크가 있는 경우 어렵지 않게 부탁할 수 있도록) 항상 주변의 동료나 상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평소 밥이나 커피를 자주 사는 게 제일 효과 있다! 물론 경조사도 빠지면 안 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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