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1. 07:45ㆍ일일단상/독후감
어제는 근처의 도서관에 갔었는데 우연히 집어 든 책 중에 헤르만 헤세의 '테신'이란 책이 있었다. 헤르만 헤세는 유명한 작가인데 스위스의 테신이라는 아름답고 한적한 마을에서 약 18년간 거주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기간 중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이나 그의 단상들을 기록한 수필집 비슷한 책이다. 헤르만 헤세는 문명이나 자본주의를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동은 가능한 최소한 하면서 나처럼 글이나 끄적거리고 남기는 것을 좋아한 모양이다.
생각을 해보면 자본주의에는 좀 야만적인 속성이 있다. 오죽하면 경제학 교과서에서까지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야만성'으로 인해 작동한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다.(좀더 부드러운 표현으로는 자본가의 '동물적인 본능(animal spirit)'에 의해서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간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여기서 animal(동물)도 많이 순화된 표현인데 실제로는 자기보다 약한 개체를 잡아먹는 predator(육식동물)나 짐승(beast)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자본주의 태동기때의 모습을 보면 언제나 부자가 약자(주로 어린이나 사회 밑바닥층)를 착취하는 모습이 많이 그려진다. 대표적으로는 산업혁명기의 영국을 떠올리면 된다. 이 때의 모습을 풍자한 소설로 올리버트위스트가 유명하다. 사실 자본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그보다 훨씬 이전의 야만사회에서 조금 그 정도가 순화된 수준의 발달된 사회라고 보면 맞지 않을까? 그 이전의 사회에서는 주로 전쟁을 통해서 남을 정복하고 죽여야만 부를 쌓아올리는 게 가능한 시스템이었다면 그게 조금 순화되어 적어도 죽지는 않지만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노예로 부리며 착취하는 게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 속성 아닌가 생각된다. 유럽에서 귀족들의 삶은 화려하고 부유하게 표현되지만 사실 그런 소수 귀족과 부유층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다수의 하급계층의 고되고 단순한 노동과 고생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자면 대기업이나 정부같은 큰 조직에 속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 마실 것을 권하고 싶다. 대기업 혹은 이와 유사한 큰 조직에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그래도 자신은 분명히 누군가(그게 돈이 될 수도 있고 권력이 될수도 있고 안락하고 여유로운 삶이 될 수도 있다.)를 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큰 조직에 있다보면 자신만의 개성이나 창의성, 혹은 능력은 서서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마치 흡사 큰 로봇이나 거대괴수의 일부분 혹은 부속품으로 전락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편하게 부속품으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지내다보면 어느날엔가 반드시 수명을 다해 떨어져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자신은 그때까지 자신의 발로 제대로 혼자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몸의 일부이자 부속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헤르만헤세가 살던 당시에 태어났다면 딱 헤르만헤세와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나 역시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며 (회사에서 말 안 통하고 실력도, 생각도 없는 꼰대들 밑에서 일하는 것도 사실 딱 질색이다.) 남들과 여럿이 어울려 일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대도시(서울)의 복작복작하고 남들과 부대끼는 삶이 싫어서 약간 조용한 지방 도시같은 이곳 파주에 정착했겠는가? 아무튼 남에게 통제받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내 성격에 헤르만헤세와 같은 은둔자의 삶은 정말 딱 어울리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 나도 노동은 가능한 최소화하면서 여러가지 좀더 창조적이고 독립적인(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남은 여생을 살고 싶다. 이에 해당하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농업이 될 수도 있고(그런데 농업은 머리를 별로 안 쓰는 일이라 좀 별루다. 나는 단순노동에 종사하기에는 사실 머리가 너무 좋다. 자뻑일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프로그래머(코딩)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예전에는 게임을 개발해볼까 생각해본 적도있지만 IT쪽은 워낙 문외한이고 게임을 개발한다는 게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혼자서 왠만큼 근사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 쪽에서도 흥미를 좀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블로그에 남루한 글이나 끄적이자니 별 돈도 안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나도 헤르만헤세처럼 하루종일 내가 하고 싶은 일(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등의)이나 즐기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살려면 사실 걸리는 게 있는데 바로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헤르만헤세 역시 좀 남루하게 지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경제적인 소비를 최소화해야 그런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기에 앞으로는 좀 최대한 소비를 자제하며 안빈낙도한 삶을 살아갈 것을 계획하고 있다. 최소한 집은 한 채 생겼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헤르만헤세'처럼 안빈낙도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테신, 스위스의 작은 마을 - 헤르만 헤세(정서웅 옮김)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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