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광풍과 양떼몰이

2022. 1. 30. 05:55금융투자_돈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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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큼 아무 생각없는 양떼처럼 '묻지마투자'가 횡행하는 곳도 없을 것 같다. 가만 보면 사람들이 별 생각이 없다. 그냥 남들이 많이 하기 시작하면 전부다 따라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거의 청약광풍에 가까운 돈바람을 몰고왔고 언론사들이 이런 열풍을 주도하거나 부채질하며 증권사와 LG에너지솔루션에는 떼돈을 안겨줬다.

 

부동산 광풍의 열기가 사그러들자 넘쳐나는 유동성(돈)이 이제는 IPO시장(기업공개, 주식상장시장)을 기웃거리는 듯 하다. 

 

기업이 자본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주식을 일반에 공개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을 돕는 시장을 IPO시장이라고 하는데 수년전부터 IPO시장에 돈을 투자하는 게 돈이 된다는 것이 점점 알려지더니 이제는 광풍처럼 커진 느낌이다. 카카뱅크를 필두로 하여 이제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IPO시장에 쏠려있고 IPO일정만 체크하고 IPO정보만 들여다보는 이른바 공모주 쇼핑족들도 많아졌다. 투자시장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는데 국내주식시장, 부동산시장, 해외주식시장, 비트코인 등이 유행을 타더니 이제는 IPO시장이 또다른 대세가 된 것 같다.

 

증권회사에 근무했던 내 경험으로는 이미 십여년전에도 계를 만들어서 증권사 지점을 돌아다니며 이런 IPO시장에만 투자하는 이른바 '공모족'들이 있긴했다.(주로 아줌마들이다) 그런데 현재처럼 강한 유행바람이 불지는 않았었고 당시에는 IPO시장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중적이지도 않아서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들어 경제면 신문기사를 읽어보면 이런 IPO광풍을 더 부채질하는 것 같은 언론기사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를테면 과거와는 다르게 '어떤 자산가가 몇 백억씩 투자했다'라는 둥 개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가 담긴 기사들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류의 정보들은 대단히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증권회사에서 언론사에 공개적으로 '자사의 고객 중 몇 사람은 몇백억 투자했고, 몇십억 이상 투자한 사람은 몇명이다'라고 개개인의 금융정보를 흘려주는 것은 크게 문제되는 행태라 생각된다. 내가 만약 IPO시장에 직접 투자한 수백억대 자산가이고 이러한 기사를 봤다면 해당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왜 내 계좌 훔쳐보느냐, 왜 내 동의도 없이 내 투자정보를 언론사에 말해주느냐'고 노발대발하고 계좌에서 돈 다 뺐을텐데 그런 일조차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증권사에서 모종의 커넥션을 통해 해당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런 정보를 취합하여 언론사에 알려줬으리라 생각한다. 금감원은 도대체 뭐하는 조직인지 모르겠다. 이런 건 내가 볼때는 명백히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루는 일인데 금감원도 역시 잠잠한 걸 보면 다들 문제의식들이 별로 없나보다. 

 

혹은 고객에 대한 사전양해 작업 없이도 그런 정보를 공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된 건지 그런 류의 개개인의 금융정보가 언론사에 노출된다는 것은 흥행성공을 노린 증권사가 고의적으로 언론사들에 기사를 써줄 것을 부탁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내부의 사정은 나도 잘 알수가 없으니까)

 

어쨌건 그런 정보들이 뉴스를 통해 돌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평소IPO시장에 아무 관심없던 사람들까지도 '부자들이 거기에 투자한다고?'하면서 귀가 솔깃해져 '묻지마투자' 본능이 되살아나 자기 돈까지 때려박아서 흥행몰이에 가담하여 시장이 더 커지게 되고 해당 기업의 IPO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을테니 증권사도 좋고, IPO시장에 투자한 고객도 좋고, 기업들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언론사도 좋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의 상황이 되어버리니 그런 기사들이 계속 언론을 통해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IPO흥행열풍을 불러오기 위한 양떼몰이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은 언론사와 증권회사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 생각된다. 사실 금융회사에 있으면 고객의 개인정보 훔쳐보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요즘은 개인정보 강화조치로 인해 내부적으로 보완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알지만 예전에는 특정 부서나 지점에 근무할 경우 그냥 일반 직원이라도 고객의 실명과 주소, 연락처, 계좌내역등은 쉽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LG엔솔 729억 청약 큰손 따상 땐 175억 차익 | 한경닷컴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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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양떼속성을 잘 알고 있는 증권회사와 언론사의 양떼몰이가 또 시작된 것이다. 무지한 한국인들은 대체 언제까지 깨어나지도 못한채 기득권 세력의 양떼몰이 장난질에 놀아날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필시 누군가는 양떼들이 이리저리 정신없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며 비웃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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