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주거공간의 조건: '적당히'의 원칙

2022. 1. 7. 22:56일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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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주거공간이란 어떤 곳일까?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거공간이란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춘 곳이다.

 

일단, 자연과 가까운 자연친화적인 곳이어야 한다. 단, 주변에 너무 자연만 있는 것은 좋지 않다.(사방이 자연환경으로 둘러쌓인 곳은 휴양지로서는 제격이겠으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거주공간이라면 좀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자연환경이라도 자주 보면 질리게 마련이며 너무 주변에 사람이 없어도 외로움과 어딘지 모를 황량함,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즉, 어느 정도의 인구밀도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어느정도 규모의 인구밀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들이 들어서기 힘든 구조가 되어 생활상 불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사람이 한 곳에 집중하여 살게 되면 그것 또한 쾌적함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적당한 인구밀도가 유지되어야 하며 동시에 자연환경과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적당히' 자연과 멀고 '적당히' 자연과 가까운 곳이면 가장 좋다. 다시말해 '적당한' 인구 밀도가 있는 곳이라야 한다. '적당히'만큼 어려운 말도 없지만 거주공간의 경우처럼 뭐든 적당해야 좋은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살고 있는 파주는 그러한 '적당히'의 요건을 많이 갖춘 매력적인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일단 번잡한 서울과 어느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 서울과의 근접성이 아직까지는 주거지를 선택함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수도만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적인 혜택이나 오랜 역사, 문화시설 같은 세월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도시에 인구가 너무 많으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분명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또한 파주는 위치상으로도 훌륭하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수려한 자연경관이 기다리는 강원도쪽으로 손쉽게 교통체증없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또한 한강과 바로 접하는 지역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한강이 감싸고 도는 지역이라 그런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지역 자체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물론 한강과 맞닿아 있고 남한에서도 북쪽에 가깝게 붙어있는 지역이다 보니 겨울에 좀 춥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요즘 짓는 건물들은 난방시설이 워낙 잘 되어 있으므로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한강이 보고 싶으면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자전거 타고 조금만 나가면 한강이 나온다. 좀 많이 걸어야 하긴 하지만 걸어가서도 한강을 볼 수 있는 정도의 거리이다. 겨울에는 한강 주변의 습지에 억새풀밭이 장관을 이루는데 매우 운치가 있다. 또한 봄이나 여름에도 큰 강의 비옥한 하류지역 근처라서 그런지 몰라도 수풀들이 우거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출판산업단지에만 나가봐도 분위기 좋은 까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 취미는 조깅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20~30분 뛰다 보면 어느새 출판산업단지까지 뛰어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물론 컨디션이 좋을 때 얘기다). 현재는 출판산업단지까지 진출하는 지역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빙~둘러가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걸려 자주 나가게 되지는 않지만(게다가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아무래도 조깅 횟수가 줄어든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되기도 하고) 곧 있으면 출판단지까지 직선도로가 뚫린다(현재 한창 터잡기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렇게 되면 풍광이 수려한 출판산업단지까지 곧장 달려갈 수 있으므로 시간이 크게 단축되니 그때는 정말 운동삼아 자주 나가게 될 것 같다. 

 

또한 파주라는 어감도 매우 좋다. 중국어로 '파'처럼 들리는 '발'자는 재물이 생긴다는 뜻, 발전해나간다는 뜻이므로 좋은 뜻이다. 파죽지세처럼 성장해나갈 지역이라는 뜻에서 좋은 의미라는 뜻이고 또한 지리적으로 통일한국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라는 측면에서 또한 그렇다. (파주시의 모토가 '통일 한국의 수도'라는 슬로건이 있다.)

 

파주는 GTX가 개통되어 교통여건만 좋아지면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현재는 교통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까지 나가려면 최소 1시간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파주 시내에서도 약간 버스교통망이 왠지 모르게 좀 엉망이라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편리하게 돌아다니던게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파주는 지하철이 없는 곳이니..(물론, 운정역을 통과하는 경의선이 운행하긴 하지만 자주 안 다니고 무엇보다 서울과 파주 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라 그런지 파주 시내에서 돌아다닐 때에는 경의선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인간은 알게모르게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운을 많이 받는다. 풍수지리를 괜히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는 공부나 일을 할때도 집중력이 더 발휘되고 더 쾌적함을 느끼는 장소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나는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사람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파주는 맑은 심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큰 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 혹은 산책하기에는 좋은 지역이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갔으나 시대가 변했고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굳이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앞으로 메타버스 기술까지 발전하면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상관없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업무하는 시대가 점점 가까이 올 것이므로 그때는 굳이 서울에 살지 않아도 직장을 구하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시대가 오는 것이다. 또한 지방에도 좋은 인프라가 갖춰지고 좋은 기업이 많이 생기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사람들은 굳이 복잡하고 사람만 북적대는 서울에서 피곤하게 부대끼며 살아야 할 이유를 더는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적당한 인구밀도를 유지하며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지방도시, 예를 들면 파주 같은 곳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거의 반평생은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서울이 내 고향이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든 적이 없으나 거주지를 파주로 옮기고 나서는 이곳이 정말 내 고향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파주에 살기 위한 운명이었다는 쓸데없는(?)생각도 가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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