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공인중개업의 미래

현재 전국적으로 10만이 좀 안 되는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영업중이라 하며 그중 매년 평균 약 9000개 가량의 사무소가 새로 생겨나고 5000개 가량의 사무소가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달에 거래를 한건밖에 성사시키지 못하는 폐업직전의 중개사무소들도 상당수라고 함. 즉, 힘들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도 미래는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사실, 공인중개사로서  진짜 경쟁은 합격후부터 시작이다. 시험에 통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기에 앞으로의 공인중개업은 메타버스 세계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차리려면 공인중개사는 필연적으로 상가에 점포를 임차하여 들어가는 입장이 되어야 하는데 상당수의 공인중개사들이 1달에 1건의 거래도 성사시키기 힘든 지금같은 시장 포화상태에서는 이렇게 점포를 빌려 비싼 사무소 임차료 지불해가며 중개업을 하는 것조차 부담될 때가 있다.

현대사회는 인터넷기술이 많이 진화되어서 인터넷으로만 광고하고 인터넷으로만 계약체결이 가능한 상황까지 와 있는 상태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터넷 상의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세상에서 누구나 비즈니스가 가능한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있다. 즉, 굳이 상가를 빌려쓰지 않더라도 중개가 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가상손님에게 가상으로 물건을 보여주고(만약 손님이 관심을 보이면 그때는 해당 실제 물건으로 직접 안내만 하면 되니까) 가상공간에서 부동산계약을 체결하게 될 수만 있다면 굳이 사무소에서 만날 필요도 없다. 즉, 모든 계약이 인터넷상에서 체결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은 것이다.

현재는 법으로 공인중개사업을 하고 싶으면 반드시 상가를 임차해서(1,2종 근린생활시설) 영업을 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어서 이렇게 인터넷 상으로만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진정한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낡은 법부터 먼저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즉, 앞으로는 공인중개사 누구나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서도 부동산 계약을 중개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근미래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아래 신문기사가 최근 난 적이 있다. 즉, '디지털 중개사'라는 신조어이다. 물론 기사에서 말하는 디지털 중개사라 함은 인터넷 영업에 능한 중개사를 뜻하는 것일 테지만 나는 이를 확장하여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서 활약할 가상 공인중개사' 정도로 확대 해석하고 싶다.

32회 공인중개사 합격자 대상···디지털 중개사로 성공하기 설명회 개최 | 한경닷컴 (hankyung.com)

32회 공인중개사 합격자 대상···'디지털 중개사로 성공하기' 설명회 개최

그런데 사실 이 정도까지 세상이 진화하면 혹자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 자체가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전망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내 생각에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시장에서는 중개사가 어느 정도 중재자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몇천만원 하는 자동차조차도 거래 중간에 영업맨의 개입이 거의 필수적인데 하물며 수억원대의 거금이 오가는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중간 딜러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가 없다면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고 매도인, 매수인 간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 대립을 중간에서 적절히 조절해주기 위한 역할을 해주는 중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AI(인공지능)이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이므로 공인중개사는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것이므로 대체 불가능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라 공인중개업의 현실이 녹록치 않고,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도 중개업 시장에 신규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진입장벽조차도 무시못할 정도로 높은 상태이지만(간단히 말해서 기존 사업자들의 텃세가 심한 시장이다.) 법률적으로 적절한 수급이 조절되기만 한다면 어느정도 도전해 볼 만한 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자격증 제도나 고시제도 자체가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데(각종 고시나 의사,변호사,검사,회계사 등의 '사'자 전문자격증도 수급조절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기득권보호용 제도라 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 제도 역시 향후에는 급격한 난이도 상승과 상대평가 전환 등으로 수급조절이 점차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거의 어떠한 전문직이건 그 전문직이 되기 위한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직의 기득권이 보장되는 것이지 실제 현업에서 필요한 스킬들은 그렇게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즉, 쉽게 말해서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어려울 뿐 일단 바늘구멍을 통하고 난 뒤에는 현업에서 특별히 고난도의 스킬이 요구되지는 않는 것이다.

사실 AI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복잡한 세무회계 분야가 그렇다. 공식만 만들어 넣고 숫자만 입력하면 답이 탁 나오는데 굳이 공인회계사나 세무사에 비싼 수수료 지불하며 일을 맡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아래 링크는 최근 기사인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AI가 전통적인 전문가 영역을 침범하려 시도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반가운 변화라고 본다.)

세금 계산해주는 AI, 세무사들에 고발당했다 (msn.com)

세금 계산해주는 AI, 세무사들에 고발당했다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를 한해에 공인중개사 숫자만큼 배출시킨다면 의사나 변호사 역시 흔하디 흔한 직업이 될 수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조선시대에는 의사는 천직에 속했다.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직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막연히 하고 싶은 다른 일은 없지만 그래도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1년 정도 시간 투자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을 미리 따놓는다면 적어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그 어느 시험보다도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자격증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괜히 '중년의 고시', '제2의 수능'이라고 불리는 시험이 아니다.

다른 고시급 자격증들은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내 생각에 대한민국 평균인 정도의 지적 능력만 있다면 (단, 너무 연로하여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국민자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