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단 10원을 벌더라도 기분은 좋다.

2022. 1. 28. 08:05일일단상/알바_블로그_투잡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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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개설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누적 수입이 벌써 100원을 넘었고 일평균 방문자수도 처음에는 0명이던 것이 현재는 매일 꾸준히 50명 가까이 육박하고 있다. 내 쓰레기같은 글조차 관심갖고 방문하고 읽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신이 음식먹는 장면 촬영해서 방송하는 먹방유튜버조차도 억대수입을 달성하는 사람도 있으니 별 시덥잖은 컨텐츠로도 왠만한 직장인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니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심심풀이로 블로깅해서 몇 백원 푼돈 버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나는 먹방은 보지 않는 편인데 도무지 남 밥먹는 것을 뭐 좋다고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나로서는 당췌 이해불가능한 세상이다.)

 

재작년쯤 직장을 관두고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취미로 틈틈이 네이버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작년 수입이 무려 25000원이나 되었다. 재작년에도 25000원쯤 벌었으므로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광고수입으로 2년간 무려 5만원이나 번 셈이다. 나로서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글쓰는 놀이를 한 셈인데 얼마 안 되지만 돈을 쥐어주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배민커넥터나 쿠팡이츠 알바 역시 내 입장에서는 그냥 달리기 운동을 한 것 뿐인데 현재까지 약 두달간 하고 싶을 때나 시간 날때만 배달일을 틈틈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5만원 이상 벌었다. (배달을 완료하면 2주쯤 뒤에 통장에 돈이 꽂히는데 그런 잔재미가 있다)

 

재밌는 세상이다. 이미 요리나 게임, 여행처럼 취미생활이나 일상생활 공유와 같은 평범한 컨텐츠 만으로도 돈을 버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많지만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유튜버나 블로거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수입까지 올리려면 거의 취미수준이 아니라 직장인 못지 않게 노력하고 시간과 비용투자를 해야겠지만 나처럼 간단히 취미 수준 정도로 부담없이 컨텐츠를 만들어도 최소 용돈 정도는 벌수 있으니까 괜찮은 장사 아닌가 싶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 어릴때 글좀 잘 쓴다는 칭찬은 여러번 들었던 적이 있다. 내 뇌구조가 다른 사람과 특별히 다른 건 아닐텐데 좀 남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서 책보는 시간이나 남들이 잘 하지 않는 특이한 상상들(건전한 상상이건 질나쁜 상상이건)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적은 많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뇌 속에서 글자들이 흘러나오니 깨어있는 시간은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혼자서 계속 뇌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유년시절에는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자잘한 상도 여러번 탔고 중학교 시절에는 교지편집위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교지편집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같은 위원회 안의 어떤 여학생이 좋아서, 그리고 교지편집 지도를 맡았던 여자선생님이 좋아서 교지편집위원이 된 건 '안 비밀'이다.)

 

하지만 이런 내 고유의 스킬(?)도 입시위주의 기계식 주입학습 속에서는 별 소용없는 스킬이라서 그런 스킬을 더 갈고닦거나 발휘할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 남들 다 하듯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에 다니다보니 이런 습관이 거의 사라져 간듯 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니 나도 모르게 옛날 버릇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다. 

 

누군가가 광적으로 게임에 매달리면 게임광이라 하는데 나는 글쓰기광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블로깅에 깊이 빠지면 하루라도 블로그에 글을 끄적이지 않으면 몸에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중독성이 있다. 내가 과거에 썼던 글이라도 틈틈이 되돌아 읽어보며 표현을 고칠 곳은 고치고, 가다듬을 부분은 가다듬고 있노라면 마치 솜씨좋은 건축가가 건축물을 손질하듯 관리하는 잔재미가 있다. 또한 남들이 생각치 못한 기발한 표현방법을 생각해내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나혼자 독창적으로 만들어 내면 그 또한 재미가 있다. 한글은 표음문자라 한자같은 표의문자에 비해 구조 자체는 단순하고 의미전달이 명료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확장성은 무궁한 편이므로 글쓰는 재미같은게 있다. (하지만 내가 중국어를 조금 배워서 아는데 한문만큼 깊이와 품위가 있는 문자 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한시를 읽어보면 정말 수준이 높다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왠만한 고급스런 단어들이 모두 한자에서 비롯된 것은 달리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조선시대의 글 좀 배웠다는 한심한 양반들이 한글을 '언문'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세종의 한글창제에 반대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한문은 그 특유의 맛과 깊이가 있어서 글자 좀 배웠다는 사람이 보면 한글을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단, 그 간편성과 편리함 만으로 따지자면 한글만큼 독창성 있고 쉬운 글자도 없으므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됨. 일본어의 경우 한글과 매우 유사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어는 한자문화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사용하는데 한자 병기의 불편함은 있지만 왠지 한자가 동반 사용되어 그런지 불편해도 고급스런 느낌을 주고 의미전달이 좀더 명료해지므로 일본어 역시 단순히 '한글의 아류'쯤으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요약하자면 표음문자나 표의문자 각자 장단점이 있다. 단순히 어느 문자가 다른 어느 문자보다 더 우수하니 마니 서로 비교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림에도 소질이 없고 요리에도 관심없고 뭘 뚝딱 잘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무슨 각종 공부에도 별로 잘 집중해서 못하는 편인데 유독 뭔가 끄적이고 상상하고 글쓰는 것은 좋아하는 요상한 취미가 있다. 뭔가 펜대를 잡고 끄적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 지금은 펜대가 아니라 키보드와 PC화면을 붙잡고 끄적대고 있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글을 쓰는 것뿐 아니라 책을 읽는 것도 매우 좋아하지만 현대사회는 출판업계가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책의 가치가 많이 퇴보된 상황이므로(즉, 컨텐츠의 양이 많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컨텐츠의 질 자체는 매우 떨어졌다) 시간과 돈을 들여 읽어볼 만한 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책을 잘 안 읽게 된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투자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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