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성과에 우쭐했던 하루

2022. 2. 3. 19:34공인중개사/중개업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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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지 며칠 째인지 세는 것도 이젠 잊어버렸다. 매일매일 같은 일의 반복이니 이제는 날짜 세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출근한지 아직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적어도 우리 사무소의 온라인 광고 상당수는 내 손을 거치게 되는 모양새다. 내가 고객과 직접 상담을 하거나 계약을 체결하기에는 내 경륜이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영역이고 그나마 광고작업-매물정보를 한방과 지역망에 올리고 블로그에도 올리고 홈페이지에도 글을 올리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업무이므로 결국 내가 도맡아 하게 되어 버렸다.(즉, 소속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영업맨이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나는 평소에 블로그 광고의 힘은 별로 믿지 않았던 사람인데 오늘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인식에 조금 변화가 있었다. 적어도 '개나 소나' 하는 블로그 광고가 완전히 소용없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슨 영문인지 그 사연을 아래에 소개한다.

 

나는 2주전쯤 우리 사무실의 단독주택 매물 광고글을 하나 블로그에 게시한 적이 있었다. (참고로 해당 블로그는 대표님의 개인 블로그로서 방문자 수도 거의 없었고(일평균 방문자수 10명 미만) 게시된 글도 무려 2년간 채 50여건도 되지 않는 한마디로 전혀 관리되지 않은 '죽은' 블로그였다.)

 

우리 사무소는 운영하는 대표님들의 나이가 좀 되셔서 그런지 이상하게 두 분 다 블로그 광고를 거의 하지 않으신다. 유튜브광고는 아예 하지도 않고 블로그 광고글은 어쩌다 한 두개씩 올리는데 그마저 작년 9월 이후로는 단 한건도 올리지 않았을 정도로 블로그 광고를 거의 활용하지 않으신다. 소장님이나 대표님 모두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심에도 불구하고(이제 갓 50을 남기셨다) 이상하게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편집하거나 하는 등의 일을 어려워하신다.(혹은 어려워하시는 게 아니라 그냥 귀찮아서 안 하시는 것일 수도 있다.)

 

하루는 대표님께서 현재 건축중인 단독주택이 하나 있는데 너무 괜찮은 물건이라며 광고에 사용하기 위해 건축현장을 방문하여 현장 사진을 찍어오라고 시키셨다. 나는 다 지어진 건물도 아니고 아직도 건축중에 있는 건물을 도대체 왜 이 엄동설한에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와야 하는지 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키신 일이었기에 먼 거리를 나가서 열심히 인부들이 타일작업하고 있는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먼지를 들이마시며 공정이 한 80%쯤 완료된 단독주택을 방문하여 내외부 사진을 열심히 찍어가지고 왔다. 그리고 찍어온 해당 사진들을 지역정보망과 한방, 네이버광고에 올리는 한편, 평소 대표님의 블로그가 너무 썰렁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온 터라 자진해서 대표님의 블로그에도 매물홍보를 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대표님도 당연히 흔쾌히 허락하셨고 그래서 대표님의 썰렁하기 그지 없는 블로그에 2~3개의 매물광고글을 함께 올렸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단독주택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 일은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썰렁한 블로그에 광고글을 게시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해당 블로그글을 본 어떤 여사님께서 그 단독주택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직접 연락이 오신 것이다!!

 

대표님께서는 만약에 계약체결이 성사되면 내게 수고비로 중개보수 중 일부를 나눠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상당히 우쭐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곳(=활성화되지 않은 죽은 블로그)에서조차 광고효과가 나고 실적으로도 연결되는 것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인중개사는 1%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곳이라면 그저 닥치고 열심히 광고를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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