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6. 18:32ㆍ공인중개사/중개업 일기
하늘이 불쌍히 여겨주셨는지 어제 컨택했던 부동산사무소로부터 드디어 출근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즉, 구사일생으로 취직이 된 것이다.
퇴사하고 나서 근 2년 가까이 백수 상태로 있다가 취직이 된 것이니 마냥 감사할 따름이었다.
근무 조건은 일단은 사무소에서는 점심값 정도만 보조해주시고 1달 간은 시험삼아 무보수로 일하는 조건이었다. 1달간 같이 일해보고 서로 잘 맞으면 그때가서 보수 조건을 정하기로 했다. 사무소 소장님이 그렇게 나쁜 분 같지는 않아보여서 안심하고 제시한 조건을 수락했다.(어차피 다른 갈 곳도 없는 상태이므로 내게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10년 이상 큰 조직(회사)에서 편히 근무하다가 급작스레 별다른 대비도 못한채 자의반,타의반 회사밖으로 쫓겨나게 되니 정말 완전 물 밖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나올때 회사가 선심쓰듯 챙겨준 약간의 퇴직위로금이라도 없었다면 아주 ㅈ될뻔 했다.(사실 명퇴금이 분명 적은 돈은 아니었으나(실수령액이 대충 2년치 연봉 조금 못 되었다) 내게는 그리 큰 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혹자는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회사에서 1년 정도는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니까 그 기간동안, 그리고 그 후에도 최소 수십년간 사실상 무위험으로 그냥 받을 수 있는 돈들을 모조리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직장 다닐때 비하면 사실 2년치 연봉조차 사실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물론 명퇴금조차 못받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테니 내가 하는 불평은 그냥 복에 겨워 하는 소리에 불과하리라. 내가 겸손하지 않고 너무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탓일 것이다.)
어찌됐건 일단 회사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익히 예감하고는 있었지만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진정한 '지옥'인 것이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통장잔고는 빛의 속도로 없어져가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는 힘들고 어렵고 짜증나기만 하고...공인중개사 합격까지 정말 하루하루가 고역이고 지옥같은 날이었다. 이딴 걸 도대체 왜 배워야 하느냐고 속으로 수만번도 더 외쳐가며 꾹꾹 폐인된 듯 일체의 다른 일은 하지도 않고 어떠한 사회적인 접촉도 끊고 눈만 뜨면 수험서만 붙잡고 앉아있었다.(결과는 6개월간 풀타임으로 공부해서 치른 첫 시험은 안타깝게도 단 몇 문제 차이로 1,2차 모두 떨어지고 그후 1년 동안 재수하며 이를 갈고 재도전한 끝에 결국 동차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합격의 기쁨도 잠시, 애써 합격증을 들고서 소공 자리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없는 처지에 보증금과 권리금 몇 천 만원씩 부담하며 사무실 개설하는 것도 그냥 사치에 가깝게 느껴졌다. 게다가 사무실 개설한다고 해서 성공하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 구석구석마다 꽉 들어찬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을 보고 있자니 사실 한숨부터 나왔다. 저들도 정말 피터지게 서로 경쟁하고 있을텐데 그 사이에서 내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동네 근처에는 소속공인중개사 구하는 사무소는 아예 없었고 차라리 사무실을 하나 구해서 직접 개업공인중개사로 일해볼까 생각하여 여기저기 알아보았으나 서울이 아닌 변두리에 해당하는 경기도의 그닥 번화가 아닌 상가조차도 월세는 기본적으로 100만원 이상이며 어느정도 번화가라 할 수 있는 곳은 구석진 곳조차 기본 150만원은 가뿐히 넘고 심지어 200만원도 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고 사무소 개설 역시 불가능에 가깝게 보였다.
이미 나이 40넘은 퇴물같은 남자를 원하는 곳은 이 사회에 아무 곳도 없었고 그저 구할 수 있는 일이란 그냥 단순 알바나 물류, 택배일 정도 말고는 없었다. 물론 그런 단순직에 종사하며 쥐꼬리같은 급여받아가며 사회의 최하층민 취급받으며 살고 싶은 마음 역시 추호도 없었다. 또한 어렵게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여 겨우 취득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놀려두는 것도 사실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어떤 사람은 짧으면 3개월만에, 혹은 6개월만에, 심지어는 직장 다니며 그냥 따두는 자격증이라는데(그런데 3개월은 좀 뻥이 심한 것 같고, 예전에나 통했지 지금은 어림없다고 생각됨. 머리가 진짜 비상하고 풀타임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사전 지식까지 있다면 6개월까지는 가능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직장 다니며 합격한 경우는 최소 1년이상 투자할 각오해야 하고 주말과 평일 밤 시간 모두 반납하고 지독하게 파고들면 1,2차 나눠서 합격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동차합격은 어려울 것이고) 내 경우는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렸으니 어찌되었든 써먹고 활용해야 했다. 안 그러면 그냥 2년 가까운 내 인생의 너무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되니 스스로도 참기 힘들었다.
아무튼 내일부터 새롭게 출근할 곳이 생긴다니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고 몸에도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정말 오래간만에 아침 조깅도 했다. 일할 수 있고 소액이나마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리라.
급여가 일단은 거의 없다시피해도 나로서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잡은 셈이니 급여가 없는 것은 중개업에 대한 수업료 쯤으로 여기고 넘어갈 예정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다시 태어난 셈(?)치고 정말 최선을 다해 내 사무실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서 결판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앞뒤 안가리고 열심히 할 것이다.
'공인중개사 > 중개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근 둘째날-출근직후 맞는 첫 토요일 근무 (1) | 2022.01.08 |
---|---|
출근 첫날-아침 청소부터 시작하여 눈치코치 살피며 끝난 날 (0) | 2022.01.08 |
어쩌면 소속공인중개사로 취직될 수도 있을 듯 (0) | 2022.01.06 |
사무소 구하려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 (0) | 2022.01.04 |
실무교육 종료 후-창업이냐 취업이냐 (1) | 2021.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