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봉건영주=건물주

중세시대때는 각 지방을 관할하는 봉건영주들이 실질적 지배자 노릇을 했다면 현대판 봉건영주는 가히 건물주라 할 만하다. 괜히 건물주가 아닌 '갓'물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이 '건물주'라는 새로운 주인을 섬기게 되어 있다. 장사가 잘 되건 못 되건 꼬박꼬박 정해진 월세를 갖다바쳐야 하는 중세시대 농노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이다.

 

건물주들이 현재의 부를 축적하기까지 과거 엄청난 고생과 노력을 기울였을 것은 짐작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상사를 주인으로 섬겨야 하고, 자영업자가 되어서는 건물주를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사가 왠지모르게 서글프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법체계는 과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줄임말로 상임법)이라는 법으로 상가임차인들의 권익을 많이 보호해주고 있으나 내가 느끼기에는 상임법은 아직도 여전히 더 추가되고 보완되어야 할 규정들이 많은 '미완의 법조문'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중개사무소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내 시도가 이 지역 현업중개사들의 담합행위에 막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는 것만 보더라도 그러한 법조문상 불완점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좀더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앞으로 상임법에 '정당한 사유없이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의 임대차 계약을 거절하면 임대인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법조문까지 추가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 '을'의 입장만 대변한 법조문이려나? 어차피 실현가능성도 별로 없어보이므로 상상으로만 만족해야 겠다.